본문 바로가기
PLEASURE

[영화] 방황하는 칼날

by 화이트초코렛 2017. 9. 27.

약간의 영화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줄거리 : 청소년 범죄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가해자를 찾아 복수하는 내용

 

이 영화의 원작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일본소설입니다. 소설이라는것이 그 시대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거라 일본이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점점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고 청소년 범죄를 성인과 동등하게 처벌하느냐 마느냐는 찬반이 팽팽한 문제일 것입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본 영화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에 묵직한 것이 얹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딸을 죽인 범인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아버지(상현)는 우발적으로 그 범인을 죽이고 가담했던 다른 범인까지 쫓게 됩니다. 대부분의 액션영화와 달리 살해를 하거나 범인을 쫓는 것에 있어서 남자주인공인 아버지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가장이 살인범이 되기까지 그 이면에 불타는 복수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범인을 코 앞에서 마주하고도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쫓고 있는 범인의 얼굴조차도 모르면서 무작정 범인이 있다는 곳을 찾아간 것입니다.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타의 복수극과 달리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너무나도 어설프고 감정적입니다. 단지, 자신의 딸을 잃었따는 그 사실,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느낌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를 조명한 경찰서 씬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남자주인공(상현)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상현의 딸에게는 가해자이지만)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죽었냐며 오열할 때 앞에 있던 형사가 그 아들이 행한 20여건의 성폭행 범죄에 대해 알리지만 어머니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자신의 아들이 피해자 아니냐고 울부짖습니다.

한편, 맞은편 방에서는 남자주인공(상현)이 죽인 피해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 결국 자살한 딸의 어머니가 형사를 붙들고 가해자를 자신 손으로 죽이겠다며 울부짖습니다.

성폭행이라는 범죄만 놓고 보면 한 쪽은 가해자의 어머니, 한 쪽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결국 피해자라는 입장으로 한 공간에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들의 범죄와는 상관없이 아낌없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사랑, 그 이기적인 사랑에 뭐라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게임팩 하나 때문에 친구를 기절할 때까지 때리고 기절하면 라이터 불로 지지고 깨어나면 기절할 때까지 때려 결국 숨지게 만든 청소년은 얼마간의 처벌도 받지 않은채 명랑하게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물론, 영화에서는 더 이상 나쁜 짓은 하지 않게 된 것으로 비춰집니다)

그 모습을 늘 지켜보는 형사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농구를 하고 있는 가해자도 피해자처럼 죽어야 하는 것일까요? 만약 죽었다면 그 가해자는 나쁜짓을 하지 않게 될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그 가해자를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현재의 법 제도 안에서 별반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마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방황하는 칼날.

초반에 눈 내리는 대관령이 배경이라 딸을 죽인 주인공이 범인을 찾아 방황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방황하는 칼날의 칼날은 주인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칼날이 아닌 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 칼날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피해가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피해자를 위해 청소년일지라도 가해자에게 응당의 대가로 돌아가야하는 것일까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만들고 또 마음 무거워지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상현의 바람은 그저 자신의 딸이 다시 살아돌아오기를, 그리고 그 살해되던 밤에 자신이 자신의 딸을 마중나가 자신의 딸과 함께 돌아오는 그럼 꿈 뿐이었습니다.

 

 

복수를 택한 아버지(상현)을 보고 "복수를 하면 뭐하냐, 아버지의 남은 인생은 어떻게 되는거냐?"라는 질문에 답한 형사의 말이 참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따위 없어...."

 

 

 

 

방황하는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그러한 칼날이 생기지 않기를. 청소년 범죄로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거나 안타까운 가해자가 생기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어쩌면 그것이 방황하는 칼날의 가장 정확한 답이 아닐까요.

 

 

 

 

 

 

'PLEAS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서울역  (35) 2017.11.23
[영화] 범죄도시  (6) 2017.11.04
[영화] 명량  (21) 2017.06.21
[영화]재심  (16) 2017.05.28
[영화] 오싹한 연애  (14) 2017.02.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