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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URE

【책 리뷰】 분신 - 히가시노 게이고

by 화이트초코렛 2022. 12. 12.



♣ 이 리뷰에는 약간의 책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뒤로 가기 꾸욱~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소설 [분신]입니다. 추리물이라고 해야 할지, 딱히 사람이 연쇄적으로 죽는 범죄는 안나옵니다.
검색해보니 1993년 작품이었어요. 거의 30년 전 작품인데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옛스럽다는(?) 느낌 없이 읽었습니다.

나미야잡화점보다는 읽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던 책이었습니다. 살인 등의 큰 범죄가 없음에도 긴장감 있게 읽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비해 다소 루즈하다고 느꼈나봅니다.

처음에 [분신]이라는 제목을 보고 세 가지 상상을 했습니다.

1. SF 적인 초능력
2. 쌍둥이
3. 복제

결론은 복제이면서 쌍둥이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당시 있었던 복제에 대한 이슈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복제이면서 쌍둥이인 주인공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분신]입니다. 이야기는 서로 다른 지역,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주인공들이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다가 결국 자기 자신 or 분신과 마주하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주인공이 둘이다 보니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힌트도 각각의 주인공에게 반씩 쪼개져서 주어지는 느낌이라 읽는 동안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궁금증에 쫓기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기에 "재미있었다"라고 하면 끝이긴 한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모성에 대한 생각이었어요.

유전적으로는 전혀 상관없는 수정란을 열 달동안 품어서 나았던 대리모인 엄마는 목숨을 버려가며 자녀를 사랑하고 지키려고 하는데 유전자를 제공한 모체는 분신의 존재를 알았을 때 오히려 증오하고 질투하고 끔찍해한다는 설정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사실, 유전학적으로 분신과 자녀의 차이는 자신의 유전자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른 것 아닐까 싶은데, 자기 유전자의 50%가 포함된 자녀는 사랑할 수 있지만 100% 포함된 분신은 미워하게 된다는 설정이 다소 의아하긴 했습니다. 과연 나와 똑같은 나를 만나게 되면 그런 느낌이 들까요?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 유전적인 복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이런 설정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상상해보았습니다.

저는 복제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이긴 하지만 100% 내 유전자로 구성된 수정란을 품어서 아이를 낳았다면 자녀로서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아니면 자라면서 저와 100% 똑같이 생겨지는 모습에 끔찍해 했을까요?

만약 작가의 상상이 실제라면 모성은 유전자가 아니라 뱃 속에 품어서 낳아내는 과정 속에서 싹트는 것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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